과연 진실일까 의문이기도 하지만, 나를 비롯한 삼형제는 끈질기게 부모를 설득하여 노무현에 한 표를 던지게끔 했다. 말로만 노무현을 찍겠다고 하시고, 실제로 이회창을 찍었을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 목소리를 높이는 부모님을 뵐 때면 더욱 그렇다.
부모님을 만날 때마다 데자뷰라도 되듯 똑같은 일상을 몇 개 겪는다. 하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조선일보. 또 하나는 노무현을 욕하고 한나라당을 찬양하는 부모님 목소리다. 가족 평화론의 선봉에 서며 부모님께서 무슨 말을 하건 얌전히 "예. 예. 아무렴 그러믄입죠."하는 성격은 아닌지라, 가끔 반대의견을 던지기도 한다. 아빠는 길길이 날뛰실 준비를 갖추고, 눈치 빠른 엄마는 중재에 들어갈 수 있는 기어로 변환한다. 결코 아빠가 나를 설득할 수 없듯, 나 또한 아빠와 엄마를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는 하루일 뿐. 변화는 없다.
한 번은 지독하게 불효막심한 말을 했다.
"엄마 아빠의 고집 때문에 정민이 지현이(이 둘은 내 조카이자 엄마빠의 손주다)가 앞으로 고생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바로 나온 대답.
"내 말이!"
걔들 잘 살려면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논지다. 나같은 빨갱이 청년들 때문에 나라가 이꼴이고 내 조카들의 고생문이 열리고 있단다. 이 굳건한 믿음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가끔 나도 헷갈린다. 혹시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걸까? 나이가 들수록 시시비비는 더욱 분명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더 걱정이다. 나보다 더 오래 살아오신 부모님 말씀이 정답인 건 아닐까? 나는 내 독선에 빠져서 이 나라를 제대로 운영하려고 노력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에게 삿대질을 하는 게 아닐까?
아니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굴려도 저들의 행태에 분개할 수밖에 없다. 기가 막힐 정도로 노골적인 행동을 보면서 무슨 선택의 여지가 있는가. 적어도 내게는 길고 짧은 것을 대볼 가치도 없는 63빌딩과 다보탑의 경지다.
그렇다면 부모님의 저 확고부동한 가치관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이명박 대통령도 참 고생이시다. 노무현이 말아먹은 거 수습하면서 욕까지 들어먹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프다. 라는 말을 당연하다는 듯 꺼내는 어르신의 모습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손님이 왔다. 바로 옆집인 공인 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할아버지였다. 오자마자 제일 먼저 꺼낸 말이 노건평 개새끼였다. 노무현이 그 새끼는 더 해 처먹었을 거라며 언성을 높인다. 아빠는 그걸 말이라고 하냐며 그놈이 김대중보다 더 나쁜 놈(-_-;;)이라고 외친다. 엄마는 내 눈치를 보며 아무튼 세상이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신다.
두 명의 손님이 또 왔다. 부동산에 사람이 없으니까 여기 오는 듯 했다. 이젠 엄마도 내 눈치 안 보고 투덜댄다. 이야! 우리 아빠가 저렇게 생기 넘치는 모습 첨 봤다. 웃고 화내고 커피를 권하고 손뼉을 치는 모습을 보며 최근 보기 어려운 친밀감을 접하는 듯 하여 부럽기까지 했다.
이것이 이명박을 당선시키고, 총선을 한나라당의 승리로 이끌고, 서울시 교육감도 한나라당에게 내준 어른들의 오프라인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의 수많은 사람이 분개한다. 이제는 대놓고 서민 조지며 재산 불리는 저 양반들 행태에 어이 없어 입을 다물지 못한다. 아고라, 이글루스 등 여러 카페와 블로그, 사이트에서 천인공노하며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행태를 지적한다. 그리고 저들을 뽑은 국민에게 무지하다 말한다. 웹 어디를 보아도 특정한 소수모임이 아닌 대부분의 공간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지적하는 사람이 다수다.
그런데 왜 저들이 승승장구할까?
아고라와 이글루스 등 사람의 모임이 온라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라고 생각한다. 더 무서운 오프라인의 아고라와 오프라인의 이글루스가, 오프라인의 티스토리와 오프라인의 카페가 이곳저곳에 있다. 이들 또한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으며(비록 옆에서 들어보면 온통 카더라라 할지라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거나 반박한다.
그리고 투표는 오프라인에서 한다. -_-
온라인의 한계는 거품 깃든 목소리가 많다는 부분이다. 얼굴을 볼 수 없다. 감정의 동조 없이 글로만, 기사로만, 사진으로만 설득해야 하는, 이슈가 될 우스개 농담으로 설득해야 하는 반푼의 대화다. 수정하고 수정해서 올리는 냉정한 글의 이점은 있겠으나, 오프라인이 가진 장점에 비하여 턱없이 약하다.
온라인은 약하다. 아무리 당당하게 외치고 주장해도 오프라인이 살짝 개입하면 순식간에 마음을 바꿔먹는 곳이 온라인이다. 그토록 오랜 시간 자기 주장을 하던 이가 현피 한 방에 냅설설하고, 고소 크리에 복지부동하는 곳이 온라인이다. 죽네 사네 싸우다가 정모했더니 어머나 내 이상형. 다른 의미로 죽네 사네하며 알콩달콩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너무 쉽게 휘둘리고 있으며, 그 여파가 정치권 일상에까지 이어진다.
이것은 온라인의 한계라기보다 오프라인을 등한시하는 온라인 중심의 발전궤도탓이라고 본다. 경험이 없는 온라인으로서는 유서 깊도록 경험 많은 오프라인에 밀릴 수밖에 없다.
웹2.0이라고 했던가?
정말 제대로 된 오프라인을, 오프라인에서의 뜻을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반영하려면 VT시절 이상으로 정기 모임 번개 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런 식의 변화로 새로운 온라인을 꾸려가지 않으면(나는 온 오프의 직접적 연계를 웹2.0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고 온라인의 목소리에는 거품이 깃들어 있으리라고 본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